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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죽 냄비 앞에서나의 이야기 2022. 7. 29. 03:30
죽 냄비 앞에서
황윤현
죽을 참 맛있게 끓여주시던 어머니
군에서 수술을 받았을 때
통합병원까지 들고 오신 잣죽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당신을 위해 죽 냄비 앞에 섭니다
작고 볼품없는 나무주걱을 잡으며
닳아서 둥그레진 모서리
거스스름하게 착색된 세월의 물 때
불을 세게 키우지도 못한 채
조금만 태만하면 금세 늘어붙는 죽
뜨거운 열기 앞에 서서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쉼없이 저어야 하는 죽
어머니는 그렇게 한평생 남편과 자식 셋을
온몸으로 보살핀 겁니다
죽 냄비가 잠시 뿌옇게 흐려지고
칠칠치 못하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야할 죽에
짭쪼름한 물 한 방울
떨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길어만 가는 어머니의 부재
늘 앉으시던 자리에
세월이 먼지처럼 소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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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현 시인
월간 모던포엠 신인문학상 수상
시집 『곤지곤지 죔죔』 2022. 모던포엠
모던포엠작가회 회원. 시나무 동인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창과 재학 중
월간 모던포엠 자문위원
모던포엠작가회 서울지회장
건축가 ( 대한민국 건축문화대상, POSOO 강구조작품상 등 다수 수상)* 내 영혼의 깊은 곳. 카페에서 발췌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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