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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하 수필 나무를 읽고나의 이야기 2022. 10. 30. 00:03
나무
이양하
나무에 아주 , 친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달이 있고, 바람이 있고,
새가 있고, 달은 때를 어기지 아니하고 찾고 고독한 여름밤을 같이
지내고 가는 의리 있고 다정한 친구다.
웃을 뿐 말이 없으나 이심전심 의사가 잘 소통되고 아주 비위에 맞는 친구다.
바람은 달과 달라 아주 변덕 많고 수다스럽고 믿지 못할 친구다. 자기 마음에 내키는
때 찾아올 뿐만 아니라, 어떤 때는 쏘삭쏘삭 알랑대고,어떤 때는 난데 없이 휘갈기고,
또 어떤 때는 공연히 뒤틀려 우악스럽게 남의 팔다리에 상채기를 내 놓고 달아난다.
새 역시 바람같이 믿지 못할 친구다. 역시 자기 마음 내키는 때 찾아오고 자기 마음
내키는 때 달아난다. 그러나 가다 말고 와 둥지를 틀고, 지쳤을 때 찾아 와 쉬며
푸념을 하는 것이 귀엽다. -이양하의<나무>수필 일부다.
* 평안남도 강서군 출신, 영문학자 수필가 이양하(1904~1963),
수필 신록예찬, 나무, 페이터의 산문 전문 수록
※ 나무는 친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달과 바람과 새도 찾아 들고 이웃하는 나무들과
바람도 이기며 사시사철 우리들에게 푸르름과 기쁨을 주는 나무이다. 이 작품에서
정서적 직접적 표현 보다는 객관적 상관물을 통한 간접적 표출을 표현의 한 정통적
기법처럼 삼고 있다. 이는 정서의 지적 처리를 통해 감정의 보편화를 이루기 위한
방편이라 본다. 가끔 나무란 수필을 보게 된다.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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