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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사람나의 이야기 2024. 4. 24. 00:01
달콤한 사람 조우리 입술이 트게 되면 자작나무 숲이된다 껍질째 삶이 되는 그 울대 소란들이 종이를 되새김질하듯 밷어내는 구개음 짚은 것 하나하나 겨울의 뿌리지만 입술에 닿는 인사 그믐의 구화 같다 어떤 날 주린 기척 사이로 실마리가 쏟아졌다 글귀도 하나없는 먼동이 트던 그때 제 몸의 선한 것을 내어놓은 그 사람들 만질 수 없는 이름을 그대라고 불렀다 제 갈피 밟아보면 마음이 그랬을까 먹먹히 들끓었던 사람이 있다는데 달콤한 자작나무숲 어디, 뭇 설경이 왔다는데 *********** ※ 조선일보 시조 단선, 2024년 계간문예 시조당선자 특집에 실린글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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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오래 만진 슬픔나의 이야기 2024. 4. 22. 00:01
오래 만진 슬픔 이문재 이 슬픔은 오래 만졌다 지갑처럼 가슴에 가지고 다녀 따뜻하기까지 하다 제자리에 다 들어가 있다 이 불행 또한 오래되었다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고 있어 어떤 때에는 표정이 있는 듯하다 반짝일 때도 있다 손때가 묻으면 낮선 것들 불편한 것들도 남의 것들 멀리 있는 것들도 다 내 것 문밖에 벗어놓은 구두가 내 것이듯 갑자기 찾아온 이 고통도 오래 매만져야겠다 주머니에 넣고 손에 익을 때까지 각진 모서리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리하여 마음 안에 한자리 차지할 때까지 이 괴로움 오래 다듬어야겠다 그렇지 아니한가 우리를 힘들게 한 것들이 우리의 힘을 빠지게 한 것들이 어느덧 우리의 힘이 되지 않았는가 *************** * 계간문예 2024년 봄호 실린글.기획특집 2 애송시 ※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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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피는 사월나의 이야기 2024. 4. 20. 00:01
예나 지금이나 사월이면 진달래가 산천을 곱게 물들인다. 4월은 잔인한 달이지만 진달래꽃으로 인해서 위로받는다. 소월의 시 진달래꽃은 절대사랑을 추구한 순애보라 하겠다.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라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밝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 위 시의 구절을 보면 꽃잎까지 뿌려 주면서 님을 보낸다는 것은 역설적이 아닐 수 없다. 그 임이 가시는 길에 진달래꽃을 뿌려 주면서 사뿐히 즈려밟고 가기를 바라는 그 마음 세계가 얼마나 고운가를 느끼게 된다. 임이 비록 떠난다 할지라도 원망하지 않고 고이 보내드리면서 죽어도 눈물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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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시 , 오감도나의 이야기 2024. 4. 19. 00:01
이상의 시, 오감도 오감도(烏瞰圖) 십삼인의 아해(兒孩)가 도로로 질주하오. (길은 막달은 골목이 적당하오.) 제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2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4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5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6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7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8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9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10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1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12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1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13인의 아해는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와 그렇게 뿐이 모였소.(다른 사정은 없는 것이 차라리 나았소) 그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중의 2인의 아해가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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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얼굴 반찬나의 이야기 2024. 4. 17. 00:01
얼굴 반찬 공광규 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 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와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얼굴들이 풀잎 반찬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새벽 밥상머리에는 고기 반찬이 가득한 늦은 저녁 밥상머리에는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넣고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밥상머리에 얼굴 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 ***** 계간문학 2024년 봄호 기획특집 2 애송시에 실린 시 ※ 공광규 1986년 동서문학 등단 시집 (소주병)등.녹색문학상 수상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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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꽃 그늘에서나의 이야기 2024. 4. 15. 00:32
꽃 그늘에서 조지훈 시인 눈물은 속으로 숨고 웃음 겉으로 피라 우거진 꽃송이 아래 조촐히 굴르는 산골 물소리...... 바람 소리 곳고리 소리 어지러이 덧덮인 꽃잎새 꽃낭구 꽃다움 아래로 말없이 흐르는 물 아하 그것은 내 마음의 가장 큰 설움이러라 허잔한 두어 줄 글 이것이 어찌타 내 청춘의 모두가 되노 ***** ※ 청록파의 한 사람으로 명시를 많이 남긴 조지훈의 시는 주로 자연, 무속, 선을 소재로 한 민족다운 색채가 짙고 불교 세계를 향한 관심은 종교의식을 일깨워 작품에 반영되었다. 박목월과 박두진을 비롯한 다른 청록파 시인이 후에 시 세계를 근본으로 변혁했는데 조지훈은 초기 자연과 친화한 시 세계를 꽤 많이 유지하였다. 1956년 자유문학상을 받았다. 그 후로도 활발히 문학 활동을 하며 고려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