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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노정기나의 이야기 2024. 2. 29. 16:01
노정기 / 이육사 목숨이란 마치 뱃조각 여기저기 흩어져마음이 구죽죽한 어촌보담 어설프고 삶의 티끌만 오래 묵은 포범처럼 달아매었다 남들은 기뻤다는 젊은 날이었건만 밤마다 내 꿈은 서해를 밀항하는 짱크와 같아 소금에 절고 조수에 부풀어 올랐다 항상 흐릿한 밤 암초를 벗어나면 태풍과 싸워가고 전설에 읽어 본 산호도는 구경도 못하는 그곳은 남십자성이 비쳐주도 않았다 쫒기는 마음 지친 몸이길래 그리운 지평선을 한숨에 기오르면 시궁치는 열대식물처럼 발목을 오여 쌌다 새벽 밀물에 밀려온 거미이냐 다 삭아빠진 소라 껍질에 나는 붙어 왔다 먼 항구의 노정에 흘러간 생활을 들여다보며 * 포범: 베로 만든 돛 짱크: 특수한 작은 모양의작은 배 오여: 외어. 쓰기 불편하게 꼬여 ※ 이육사의 시는 조국의 상실이라는 극한적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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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사랑의 온도나의 이야기 2024. 2. 28. 16:00
사랑의 온도 나호열 사랑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아무리 뜨거워도 물 한 그릇 데울 수 없는 저 노을 한 점 온 세상을 헤아리며 다가가도 아무도 붙잡지 않는 한 자락 바람 그러나 사랑은 겨울의 벌판 같은 세상을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는 화원으로 만들고 가난하고 남루한 모든 눈물을 쏘아 올려 밤하늘에 맑은 눈빛을 닮은 별들에게 혼자 부르는 이름표를 달아준다 사랑의 다른 이름은 신기루이지만 목마름의 사막을 건너가는 낙타를 태어나게 하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두렵지 않게 떠나게 한다 다시 사랑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 그대여 비록 사랑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을지라도 사랑이 사라진 세상을 꿈꾸는 사람은 없다 사랑은 매일 그대에게 달려오고 사랑은 매일 그대에게서 멀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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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 문학세계나의 이야기 2024. 2. 27. 16:01
채만식 문학세계 그의 작품들은 부정으로 가득차 있었다. 식민지- 해방기의 시대라는 죄인이 냉엄한 처벌을 받게하기 위한 그 죄상을 채만식은 증언하고자 했다. 그가 지적한 부정면이 고쳐진 상황이 바로 그가 그리는 긍정면이 된다. 부각시킬 만한 긍정적인 것은 거의 찾을 수 없는 시대에 있어 긍정적인 것을 그린다는 것은 결국 현실과 괴리된 허구가 될 수 밖에 없다. 태평천하 등장인물소개 -윤용규(1대): 윤직원의 부친. 노름꾼 출신이지만 거부가 된 후 화적떼에게 피살됨 -윤직원(2대 본명: 윤두섭): 주인공. 만석지기 지주이자 전형적 고리대금업자. 일제치하를 태평천하로 생각하는 몰역사주의적 인물. -윤창식(3대): 윤직원의 장남. 신교육을 받았으나 향락적인 생활에만 몰두하는 인물. -종수(4대): 윤직원의 맏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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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목제나의 이야기 2024. 2. 26. 16:00
목제 이예진 운동화를 뒤집어 모래알을 털어냈다 작고 섬세한 것이 흩날렸다 오랜 기간 동안 가루는 사포질 이후의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든 나는 목수의 딸인 것이 싫었다 입안이 꺼끌꺼끌해지도록 웃었지 아버지는 화가 나면 사포질을 하곤 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가 만든 가구들이 두 눈을 치켜뜨고 나를 다그쳤다 나는 심장이 벌렁대지 않도록 가슴에 못을 박았다 밖에서 쓸모를 기다리는 나무들이 우우 울었다 사포질을 그만 둬 문지르면 소름이 돋는 팔처럼 소름을 문질러 지우는 손처럼 문지르고 있으면 뭐가 닳았는지 모를 것 같거든 살던 집에 불을 붙이는 건 어떤 마음일까 집은 작년에 불타서 없어졌다 뼈가 부러진 가을이었는데 고함을 지르면 사라지는 건 목이야 매일 새 집의 도안을 들여다봤지만 내가 살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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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춘,하, 추, 동나의 이야기 2024. 2. 25. 16:07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춘,하, 추, 동 김길순/작성 불휘 기픈 남ᄀᆞᆫ ᄇᆞᄅᆞ매 아니 뮐ᄊᆡ 곶 됴코 여름 하ᄂᆞ니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이 불어도 흔들림 없어 꽃이 아름답고 열매도 많이 열리리니) 「용비어천가」의 본문과 그것을 풀이한 한시는 1445년, 곧 훈민정음이 반포되기 1년 전에 만들어졌으므로, 이 노래는 훈민정음으로 적힌 글로서는 가장 먼저 된 것이다. 그런데도 그 문체는 유창하여, 처음 글자를 만들어 쓴 민족의 글이 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것은 아마 그 이전 시기로부터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던 노래의 영향이 아닐까 짐작된다. 이는 조선조 제7대 세종이 조선개국이 하늘의 뜻임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은 용비어천가 125장 가운데 제1장이다. 뿌리가 깊은 나무라야 꽃을 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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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먼저 눕고 먼저 우는 부드러움나의 이야기 2024. 2. 24. 00:01
먼저 눕고 먼저 우는 부드러움 심상옥 서울 성공회 성당 화단에 탐스럽게 핀 과꽃 보라색, 분홍색, 빨간색, 흰색의 과꽃이 화려하지도 않으면서도 정감이 가는 꽃으로 흩트리게 피어 있다 나는 지금껏 '너뿐이야' 하고 믿어지는 한 사람을 가지는 것이 그토록 아름답게 보였던 것을 모르고 '먼저 눕고 먼저 우는 부드러움' 더 소중하다는 것을 모르고 오히려 바람에 먼저 울고 바람보다 빨리 눕고 현실적 유연함이야 말로 훗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먼저 웃을 수 있는 것을 모르고 살아왔다 왜 그랬을까 이제야 아는 걸 마음이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먼저 웃을 수 있는 꽃임을 깨달았으리라 긍정은 나에게 상상 이상의 엄청난 에너지 된다는 길 슬픔에 비길 만한 진실은 없다는 걸 추억이 주는 행복 우리와 이웃으로 퍼져나간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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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라린 후회나의 이야기 2024. 2. 23. 00:01
쓰라린 후회 마경덕 아버지는 밤늦게 어두운 골목을 밀고 오셨다 술이 깰 때까지 주절주절 알 수 없는 말을 흘리셨다 지루한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술주정에 몸서리치는 어머니처럼 나도 귀를 닫아버리고 밤마실 나온 달도 돌아앉았다 밤새 토해놓은 말을 베고 그 자리에 쓰러져 잠이 든 아버지 살았지만 너무 멀리 있었다 영영 깨어나지 못한 아버지 그때부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새벽의 발등이 젖도록 쏟아낸 속엣말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깨달았다 우리 식구 그 누구도 아버지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는 것을 ***** [출처] 쓰라린 후회 / 마경덕 (JBC 전남방송)|작성자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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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민들레꽃나의 이야기 2024. 2. 22. 00:01
민들레꽃 / 조지훈 까닭없이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아, 얼마나 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오느냐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 내 이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바린다. 못 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아 얼마나 한 위로이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시집 1952) ※ 이 시는 기, 승,전 결의 전통 구조에 따랄 의인화된 민들레꽃을 통해 임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노래하고있는 작품이다. 어느 봄날 노랗게 피어난 민들레꽃을 발견화 화자는 그것을 임의 현신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애틋한 사랑의 심결을 여서억 의조로 너직이 노래 부른다. ※ 조지훈 경상북도 영양(英陽) 출생. 엄격한 가풍 속에서 한학을 배우고 독학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