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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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해바라기나의 이야기 2022. 10. 1. 00:03
해바라기 손진은 몰랐다 하늘 아래 끝도 안 보이는 해바라기들이 피고 진다는 걸 제 생을 피우느라 울고 웃고 찡그리고 벅찼을 사내들 노오란 하늘 떨려나갈 때까지 까만 씨앗 저무는 하루 건사하는 걸 기도 흉내만 내며 벙긋벙긋 웃는 가녀린 줄기였다가 제법 그 피가 차오르고 근육이, 뼈가 단단해지는 걸 누가 루마니아 평원에서 찍어보낸, 세상 눈알 다 모아놓은 둘레로 불을 지고 흔들리는 족속 보고서야 알았다 사내라면 누구든 수천 평 씨앗 뿌리고 먹여 살리는 멀쑥한 꽃대 물 샐 틈 없는 피와 근육, 뼈 거느린 둥근 얼굴에 검은 씨들 앉히고 웃고 울고 찢기고 넘어지며 등 굽은 박수나 치다가 언 발 바람 든 뼈로 구름 덜컹이는 창문 곁에 눕거나 종소리도 없이 목 꺾인 줄기가 우수수수, 저문 언덕 넘어가는 것을 해바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