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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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명, 가을날 시와 수필 한편을 올립니다.나의 이야기 2022. 10. 8. 00:03
가을날 노천명 겹옷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산산한 기운을 머금고...... 드높아진 하늘에 비로 쓴 듯이 깨끗한 맑고도 고요한 아침 --- 여기저기 흩어져 촉촉히 젖은 낙엽을 소리없이 밟으며 허리띠 같은 길을 내놓고 풀밭에 드어 거닐어보다 끊일락 다시 이어지는 벌레 소리 애연히 넘어가는 마디마디엔 제철의 아픔이 깃들였다 곱게 물든 단풍 한 잎 따들고 이슬에 젖은 치마자락 휩싸쥐며 돌아서니 머언 데 기차 소리가 맑다. (수필) 설야 산책(雪夜散策) 노천명 저녁을 먹고 나니 퍼뜩퍼뜩 눈발이 날린다. 나는 갑자기 나가고 싶은 유혹에 눌린다. 목도리를 머리까지 푹 눌러 쓰고 기어이 나서고야 말았다. 나는 이 밤에 뉘 집을 찾고 싶지는 않다. 어느 친구를 만나고 싶지도 않다. 그저 이 눈을 맞으며 한없이 걷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