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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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석의 <들국화>를 읽고나의 이야기 2022. 11. 30. 00:02
정비석의 를 읽고 김길순 가을에 피는 꽃들은 처량한 아름다움이 있다. 찬 이슬 내리는 가을에야 피는 꽃들이기에 가을꽃 치고 청초하지 않은 꽃이 어디 있는가? 코스모스가 그러하고 들국화가 그러하다. 들국화만은 누가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필뿐 아니라 아무도 돌보지 않는 들판이나 산속에 핀다. 가을 아침 일찍이 산이나 들에 나가면 잡초 사이에서 찬이슬을 함빡 머금고 피어있는 그윽한 기품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들국화는 찬란한 빛깔로 유혹하려는 것이 아니라 꽃송이도 단순하다. 말 없는 가운데 자신의 순결을 솔직히 보여 주는 그 겸손이 더한층 고결하다는 말이다. 나는 가을을 사랑하고 가을꽃도 사랑한다. 가을꽃 중에는 들국화를 가장 사랑하는 것이다. 정비석의 수필 일부 ***************** ※ 가을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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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일서정 (김광균)나의 이야기 2022. 11. 29. 00:01
추일서정 김광균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지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 나무의 근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낸 채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 저쪽에 고독한 반원을 긋고 잠기어 간다. ************************************* 의의와 평가 이 작품은 가을 풍경을 세련된 도시적 감각으로 형상화하여 이미지즘의 중요한 특성을 모범적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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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원의 <청춘예찬>을 올립니다.나의 이야기 2022. 11. 27. 00:02
민태원의 을 올립니다. -작성 김길순-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 너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의 기관 같이 힘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이것이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 너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은 죽음이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따뜻한 봄바람이다. 풀밭에 속잎 나고 가지에 싹이 트고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의 천지는 얼마나 기쁘며, 얼마나 아름다우냐? 이것을 얼음 속에서 불러내는 것이 따뜻한 봄바람이다. 사랑의 풀이 없으면 인간은 사막이다. 오아시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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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천지의 물을 길어나의 이야기 2022. 11. 26. 00:02
천지의 물을 길어 엄한정 날이 밝아 오며 마침 비가 그치고 장백폭포에 선명한 무지개가 떴다 얼마나 벼르던 일이냐 백두산 천지에 오르는 길 천지에서 폭포에 이르는 승사 하를 따라 펼쳐진 초원의 길을 아이처럼 뛰며 놀며 천지에 이르니 천지는 그야말로 하늘마냥 광활하다 이 물가에서 배달민족의 알이 태어나다 과연 천하를 호령할 만한 터다 한바탕 소리쳐 운다 두 손으로 물을 길어 마신다. 우리 우물 맛이다 천지의 물을 길어 병을 채운다 *********** ※ 저자 엄한정 - 아호 梧下. 念少. 1936년 인천출생. 성균관 대학교 졸업 시집-낮은 자리. 풀이되어 산다는 것. 머슴새. 꽃잎에 섬이 가리운다.등 1963년 아동문학(박목월 추천)지와,현대문학(서정주 추천)지로 등단 -문학 사계 2022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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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목일<나의 수필>글을 읽고나의 이야기 2022. 11. 25. 00:02
정목일 글을 읽고 나의 수필은 토기였으면 한다. 청자나 백자처럼 우아하고 볼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자기가 될 수 없다. 토기는 청자나 백자와 같이 흙으로 빚었지만 매끄럽지 않고 눈을 끌지도 않는다 청자가 장미라면 백자는 난이요, 토기는 이름도 없는 풀꽃일 것이다. 고려청자에는 우리나라의 해맑은 가을 하늘이 얹혀 있다. 조선 백자에는 봉창 문을 물들이는 달빛의 맛, 순백의 선미禪味가 깃들어 있다. 나는 아무런 기교도 없이 그냥 손으로 빚어 만든 토기 항아리에 더 정감이 간다. 원숙한 문장이 돌보다는 서툴러 보이나 개성적인 문장을 쓰고 싶다.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보잘것없는 사물에서 나만의 발견, 어떤 내 나름대로의 생각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내 나름대로의 발견법, 나만의 영상법, 그리고 조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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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스치고 간 유서를 떠올린다나의 이야기 2022. 11. 24. 00:02
가을날 스치고 간 유서를 떠올린다 가을은 조락의 계절이라서 죽음을 연상하기 쉽다. 숙명을 겸허히 받아들일 자신이 있는가. 스치고 간 몇 분의 글을 떠올린다. 29세에 청력을 잃은 베토벤(1779~1827) 은 하일리겐슈타트로 청각장애 때문에 요양을 떠나 자살을 결심한다. 그러나 그것을 제지하여 준 것은 오직 예술뿐이었다고 한다. 처절한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쓴 어느 가을날의 유서는 놀랍게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일깨워 등 최고의 걸작을 잇달아 탄생했다. 법정 스님은 1971년 39세, 한창 젊은 나이에 유서를 썼다. 육신을 버린 후에는 훨훨 날아서 가고 싶은 곳이 있다. '어린 왕자가 사는 별나라 같은 곳이다. 그리고 내 생애에도 다시 한반도에 태어나고 싶다. 누가 뭐라 한대도 모국어에 대한 애착 때문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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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락눈이 내린다나의 이야기 2022. 11. 23. 00:01
싸락눈이 내린다 엄한정 수리산 겨울 숲에 싸락눈이 내린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주막에 들 때 초가지붕 위에 하얀 가루가 쌓인다. 주막 할머니가 솥에 물을 붓고 아궁이에 장작불을 피우며 꽃 본 듯이 손님을 맞이한다. 국물이 얼룩진 행주치마를 두르고 부엌을 분주히 나들며 막걸리 한 사발에도 연방 술국을 나르신다. 삶의 무게에 허리 굽은 할머니 연세는 올해 여든여섯 무슨 재미로 사시느냐 여쭈었더니 허튼 말 말고 술이나 마시라 하신다. -2022년 문학사계 겨울호 발표 시- ※ 저자 ○엄한정 - 아호 梧下. 念少. 1936년 인천출생. 성균관 대학교 졸업 ○시집-낮은 자리. 풀이되어 산다는 것. 머슴새. 꽃잎에 섬이 가리운다.등 ○1963년 아동문학(박목월 추천)지와,현대문학(서정주 추천)지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