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호박국에 두 남자 최연숙 첫사랑을 만나러 통영에 간 백석이 객줏집에서 홀로 떠먹었을 갈치호박국 나락 탈곡하는 날 마람 엮는 날 엄마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갈치호박국을 끓였다 비릿한 갈치와 호박의 들큼한 맛이 조화를 부려 논 두레상에서 가시를 발라주던 엄마의 분주한 손끝 잊고 살아온 갈치호박국 위로 고향집 대추나무 아래 덕석이 펼쳐진다 그립단 말도 희미한 이제 그리운 이름마저 듬성듬성 호박국에 갈치 토막처럼 떠돈다 입의 기억은 세월과 반비례인가 ************************************** 죽은 새끼를 물고 / 최연숙 지중해 안탈리아 해변가 뜨거운 모래밭에서 물개 한 마리 몇 시간째 울부짖는다 목은 쉬고 눈가에 눈물이 흥건히 젖은 어미 물개 앞에는 사산한 새끼가 널브러져 있다 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