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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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제니친의 기도나의 이야기 2023. 1. 15. 00:01
※ 인간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강조하면서 "돌을 빵으로 바꾸려는 목적 만으로는 인류의 통일이란 절대로 볼 수 없다."고 말한 도스토예프스키의 뜻을 올바르게 포착하고 현대적인 관점에서 작품을 통하여 추구하려는 애쓴 최초의 작가는 솔제니친이었다. 소련 공산 체제의 강력한 도전자로 탄압을 끈절기게 받아온 그는 강제노동수용소의 내막을 의 국외출판 계기로 1974년 2월에 국외 추방을 당하여 서방 세계에서 집필을 전념하였다. 그는 굴광성식물과도 같이, 하나님의 빛이 용납되지 않는 공산주의 사회에서 자유세계로 넘어와 하나님의 영광을 반영하게 되었던 것이다. 솔제니친의 기도 우리 주 이신 하나님! 주님과 살기란 그 멀마나 쉽습니까! 주님을 믿기란 그 얼마나 쉽습니까! 제 생각이 회의에 휩싸여 뒤흔들리고 앞이 캄캄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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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해나의 이야기 2023. 1. 14. 00:01
해 / 박두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뉘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라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워어이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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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김광섭 시인의 '저녁에'나의 이야기 2023. 1. 13. 00:01
문화광주전라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명화와 명곡이 되어 다시 만난 명시... 김광섭 시인의 '저녁에' 김광섭 시인의 시 에서 영감을 얻은 김환기 화백의 점화 소재로 김환기 화백이 위의 그림과 김광섭 시 를 올립니다. 사람들은 시계와 달력을 만들어놓고 하루, 한 달, 일 년이라는 눈금을 그어가며 영속적으로 흐르는 시간을 인위적으로 매듭짓고 있다. 하기사 인간에게 시간의 매듭이 없다면 지나간 날들을 성찰하지도, 다가올 시간을 새롭게 맞이할 준비도 하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12월 초순. 태양과 지구, 달과 화성이 일직선으로 늘어서는 우주쇼가 펼쳐진다는 뉴스를 접하고 밤하늘을 쳐다봤던 적이 있다. 한참을 올려다봤지만 육안으로는 확인할 도리가 없었다. 다만 겨울 밤하늘에서 무수히 반짝거리는 수많은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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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나의 이야기 2023. 1. 12. 00:01
기다림 김길순 기다림이란 인생의 가장 큰 주제인 것 같다. 철철이 다가오는 계절의 기다림, 귀가하는 남편과 자녀의 기다림. 군대 간 아들 휴가를 고대하는 부모의 기다림, 이렇게 기다리며 사는 것이 삶이라 본다. 기다림 속에는 한 해의 농사를 수확할 때를 기다리는 농부의 기다림, 지금 절기가 소한이 지나고 나면 대한 그다음 기다림 끝에 봄이 오듯이 기다림이 없다는 것은 곧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희망은 삶의 활력소이다. 기다림이 끝나는 날 인생도 끝나는 것이기에 기다림은 꿈이고 희망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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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구 일째 (신춘문예 당선작)나의 이야기 2023. 1. 11. 00:01
2023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구 일째 황정희 구 일째 울진 산불이 타고 있다 한 할며니가 우사 문을 열고 다 타 죽는다 퍼뜩 도망가래이 퍼뜩 내빼거라 꼭 살거라 필사적으로 소들을 우사 밖으로 내몰고 있다 불길이 내려오는 화면을 바라보며 밀쳐놓은 와이셔츠를 당겨 다린다 발등에 내려앉은 석양처럼 당신은 다가오려 했고 나는 내 발등을 찍어 당신이 집나간 지도 구 일째 주름진 당신의 얼굴이 떠올라 매매 반듯하게 기다리고 있다 똑 똑 똑똑 똑똑 똑똑똑똑똑똑 빗소리다 쏟아지는 빗소리가 진화를 몰고 와 우산을 쓰고 돌아온 당신 속으로 질주하는 나는 맨발 날 밝아 체육관으로 피했던 할머니가 집으로 돌아갔을 때 다 타버린 우사 앞에서 할머니를 기다리는 소들의 모습이 비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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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대나무나의 이야기 2023. 1. 10. 00:01
대나무 손택수 대나무는 자신의 가장 외곽에 있다 끝이다 싶은 곳에서 끝을 끄을고 한 마디를 더 뽑아올리는 게 대나무다 끝은 대나무의 생장점 그는 뱀처럼 허물을 벗으며 새 몸을 얻는다 뱀의 혀처럼 갈라지고 갈라져서 새잎을 뽑아낸다 만약 생장이 다하였다면 거기에 마디가 있을 것이다 마디는 최종점이자 시작점, 공중을 차지하기 위해 그는 마디와 마디 사이를 비워놓는다 그 사이에 꽉 찬 공란을 젖처럼 빨며 뻗어간다 풀인가 나무인가 알다가도 모르겠다 자신이 자신의 첨단이 된 자들을 보라 ******************************************************* 손택수 전남 담양 출생.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나무의 수사학』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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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목도리 같은 훈김나의 이야기 2023. 1. 9. 00:01
따뜻한 목도리 같은 훈김 김길순 따뜻한 털목도리 같은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우리의 우정은 찬바람 막아주는 목도리 같은 것이라고. 포근한 날에는 접어두었다가, 바람 불면 꺼내어 두를 수 있는 목도리 같은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목도리가 되어주고도 싶다. 어릴 때 고향에서 정겹게 지냈던 친구를 떠나 멀리 이사를 온 후에도 가끔 분홍색 편지 봉투가 우편함에 꽂혀 있었지. 세월이 흐른 후 아이 엄마가 되어서도 다시 만났 지. 그런 친구가 둘 있었지. 한 친구는 지병으로 이승을 떠났지. 소한 세찬 바람이 불어와 허전함이 밀려온다. 세상을 살다 보면 목도리가 그리울 때가 있다. 고향산천이 그리울 때가 있다. 해질녘 부르시던 어머니의 목소리처럼 포근한 훈김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