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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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자아를 드러내는 과정나의 이야기 2023. 2. 28. 00:01
수필은 자아를 드러내는 과정 김길순 제 아무리 위대한 학식이나 식견이 풍부하여도 이 인간의 향기에 젖지 않은 사람이면 수필을 쓸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수필을 쓰기에 앞서 인간미에 젖어야 하고, 수필을 읽기 전에 인간다운 자기 소지를 발견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가장 인간적인 문학의 장르가 바로 수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디 서든지 살아가는 가장 궁극적인 자세는 바로 이 진지함이다. 라고 에서 -구라야카와 하쿠손의 글을 보고 부분을 올린다.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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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노을나의 이야기 2023. 2. 27. 00:01
노을 기형도 하루 종일 지친 몸으로만 떠돌다가 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 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 웅성웅성 가장 근심스런 색깔로 西行하며 이미 어둠이 깔리는 소각장으로 몰려들어 몇 점 폐휴지로 타들어가는 오후 6시의 참혹한 형량 단 한 번 후회도 용서하지 않는 무서운 시간 바람은 긴 채찍을 휘둘러 살아서 빛나는 온갖 상징을 몰아내고 있다. 도시는 곧 활자들이 일제히 빠져 달아나 속도 없이 페이지를 펄럭이는 텅 빈 한 권 책이 되리라. 승부를 알 수 없는 하루와의 싸움에서 우리는 패배했을까. 오늘도 물어보는 사소한 물음은 그러나 우리의 일생을 텅텅 흔드는 것. 오후 6시의 소각장 위로 말없이 검은 연기가 우산처럼 펼쳐지고 이젠 우리들의 차례였다. 두렵지 않은가. 밤이면 그림자를 빼앗겨 누구나 아득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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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 인간형」중 결말 부분나의 이야기 2023. 2. 26. 00:01
동양적 인간형 / 이상은 의 글 "천하에서 가장 넓은 집(仁)에서 살고, 천하에서 가장 바른 자리에 올라 앉으며, 천하에서 가장 큰 길(仁義의 道)을 걷는다. 남이 알아서 써 주면 백성들과 함께 같이 그 길을 걷고, 알아 주는 사람이 없으면 홀로 그 길을 간다. 부귀도 그 뜻을 어지럽히지 못하고, 빈천도 그의 뜻을 움직이지 못하며 위무(威武)도 그의 뜻을 굴복 시키지 못한다. 이런 대장부가 세 가지의 낙이 있다. "부모가 계시고 형제가 다 무고함이 첫째 낙이요,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굽어서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음이 둘째 낙이요,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가르침이 셋째 낙이다." 하였다. 이 대장부형의 인간이 동양의 이상적 인간형 중에서 하나의 커다란 영향력을 가진 인간형이다. -이상은(李相殷)의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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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른 봄의 서정나의 이야기 2023. 2. 25. 00:01
이른 봄의 서정 김소엽 눈 속에서도 봄의 씨앗은 움트고 얼음장 속에서도 맑은 물은 흐르나니 마른 나무껍질 속에서도 수액은 흐르고 하나님의 역사는 죽음 속에서도 생명을 건져 올리느니 시린 겨울밤에도 사랑의 운동은 계속되거늘 인생은 겨울을 참아내어 봄 강물에 배를 다시 띄우는 일 갈 길은 멀고 해는 서산 마루에 걸렸어도 겨울이 지나면 봄은 오게 되어 있나니 서러워 마라 봄은 겨울을 인내한 자의 것이거늘 ***** 김소엽 시인 출생 : 1944년 1월 9일, 충남 논산시 학력 : 연세대학교 연합신학 대학원 기독교 교육학 석사 데뷔 :1 978년 한국문학 등단 경력 : 호서대학교 교수수상2004. 제1회 박성산 문학상 시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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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문병 유감을 읽고나의 이야기 2023. 2. 24. 00:01
문병 유감 안병태 성의는 고맙지만 문병 좀 오지 마라. 문병을 왔으니 응당 내가 병상에 누워있는 사연을 묻지않을 수 없을 것이고, 없는 시간 할애하여 문병해 주는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성의껏 대답해야겠지만 그것도 한 두 번 말이지, 발병 원인으로 부터 작금의 와병용태까지를 매번 브리핑 하기에도 이젠 지쳤다. 오죽하면 녹음기를 이용할까 조차 생각했으랴.했던 방송 또 하고 했던 방송 또 하다 보니 숫제병상일지를 줄줄 외우겠다. 훈장들 강의가 괜히 유창한 게 아닌 모양이다. 나중에 문병 아니 왔다고 절대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을 테니 제발 문병 좀 오지 마라. 방금 한 팀 보내고 들어와 겨우 눈 좀 붙이려 는데 또 들이닥치면 어쩌란 말이냐. 떼로 몰려와 병실이 비좁도록 북적거리니 이웃 병상 환우들보기에 민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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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돌아가셨다는 말나의 이야기 2023. 2. 23. 00:01
돌아가셨다는 말 황유원 참 좋다 주위를 둘러보면 돌아갈 곳 없는 사람들 천지이지만 돌아갈 곳 아무데도 없어도 집도 절도 없어도 돌아가고 나면 돌아가셨습니다, 라고 한다는 거 누구나 결국 돌아가고 누구나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거 어디로 돌아갔는진 모르겠지만 흔히들 하는 말처럼 그저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버렸는지도 모르겠지만 생각해보면 지난 몇 년 사이에만 해도 정말 다들 돌아가셨다는 거 말은 가끔 씨가 되고 돌아가시다, 라는 말이 있어 우리 모두 돌아갈 곳 생긴다는 거 참 좋다 늦은 밤 장례식장 갔다 돌아와도 도무지 돌아온 것 같지 않은 기분인 그런 날 돌아가셨습니다, 라는 말의 씨에서 싹이 돋아나 흙을 뚫고 청청하게 솟아오르는 상상에 젖다보면 어느새 세상모르고 다들 잠들어 있다는 거 -계간「상징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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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개는 어디에 있나나의 이야기 2023. 2. 22. 00:01
개는 어디에 있나 김기택 아침에 들렸던 개 짖는 소리가 밤 깊은 지금까지 들린다 아파트 단지 모든 길과 계단을 숨도 안 쉬고 내달릴 것 같은 힘으로 종일 안 먹고 안 자도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 슬픔으로 울음을 가둔 벽을 들이받고 있다 아파트 창문은 촘촘하고 다닥다닥해서 그 창문이 그 창문 같아서 어저께도 그저께도 그그저께도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주민들 같아서 울음이 귓구멍마다 다 돌아다녀도 개는 들키지 않는다 창문은 많아도 사람은 안 보이는 곳 잊어버린 도어록 번호 같은 벽이 사람들을 꼭꼭 숨기고 열어주지 않는 곳 짖어대는 개는 어느 집에도 없고 아무리 찾아도 개 주인은 없고 짖는 소리만 혼자 이 집에서 뛰쳐나와 저 집에서 부딪히고 있다 벽 안에 숨어 있던 희고 궁금한 얼굴들이 베란다에 나와 갸웃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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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시인의 불씨 오남희 시집나의 이야기 2023. 2. 21. 00:01
※ 오남희 시인의 시집 는 5부로 나눠져 삶의 내용들을 진솔하게 풀어나간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꿈 많은 초록별"과 "사라진 고향"을 올린다. 꿈 많은 초록별 오남희 아기는 감각으로 아는가 보다 처음 와서 엄마 품이 아니라고 밤새워 섧게 울었는데 어느새 일등병 계급장 달고 휴가 나왔다. 밤 열두 시가 넘도록 잠이 없어 놀아 달라 애교를 부리고 불 끄고 잠자리에 누이면 어둠 속에서 장난감 안고 뒤적뒤적 노는 안쓰러운 아기가 어느새 휴가를 나오고 할머니 생각에 화장품을 사 들고 올 줄 아는 사려 깊은 군인 아저씨가 되었다. 제대 후 남은 학기가 인생을 좌우하는 홀로서기 초록별의 장래 정착점은 무엇일까. ***** 사라진 고향 오랜만에 들른 고향 찬바람이 돈다. 옹기종기 초가집들 / 생수 솟던 우물과 아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