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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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하관나의 이야기 2023. 3. 8. 00:01
* 경상 매일 신문 詩境의 아침 발표 하관 마경덕 입관보다 더 깊은 매장埋葬 반듯한 오후 한 시의 귀퉁이가 허물어지고 세상의 끝, 출구는 없었다 어머니는 마지막 인사를 두 손에 쥐고 갱도를 따라 캄캄한 막장으로 들어가셨다 알고 보니 죽음은 생전의 걸음처럼 뒤뚱뒤뚱 무게를 달아 눕히는 것 얼마나 모진 삶이었는지 관이 기우뚱거리고 멀어서, 바빠서, 힘들어서 이런 저런 핑계가 매달려 고인의 무릎이 휘청거렸다 빙 둘러서서 밀린 불효를 지우듯 몇 삽의 흙을 끼얹고 남은 울음까지 얹어드렸다 입을 가슴에 묻고 가신 어머니, 아홉 자식의 허물을 한 마디도 흘리지 않으셨다 호상이라는 말로 서로를 위로했다 긴 병치레에 통장의 잔고는 바닥이 나고 유산遺産 한 점 없어 멱살잡이할 이유가 없었다 빗물에도 녹슬지 않는 단단한 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