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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섣달 보름달 김길순 동대문 빌딩사이 밤거리를 거닐 때 멀리 창공에서 둥근달이 반기며 길을 인도 하네 어머니가 어린 아가를 데리고 산보 하듯이 보름달도 별들을 데리고 정답게 서쪽으로 조금씩 흘러가네. 하늘과 땅 너무나 먼 거리지만 한 달에 한 번씩은 안부를 물으며 지나가..
최옥순 씨 김길순 꽃이 참 예쁘네. 말은 여전히 조금씩 하신다. 일제강점기에 어렵살이 배운 한글을 까맣게 잊은지가 오래이시다. 어머니 만원을 주고 3천원 물건 값을 주면 거스름 돈은 얼마 받아야지요. 몰라! 하시며 뭐가 걱정이여 돈만 있으면 뭐던 사올 수 있지 하신다. 어느 날 우리 ..
겨울 산 풍경 김길순 푸르던 잎들이 온산을 가려주더니 이파리 떨어지고 앙상한 바위가 민낯으로 다가오네. 사람과 사람 스치는 몰골 인생 노년의 뼈마디같이 오도독 돌 구르는 소리만 남겨 줄뿐 가랑잎 밟는 소리 싱싱 불고 지나가는 세찬 바람소리 다람쥐 청솔모 사시로 푸른 소나무 ..
눈 오는 날 김길순 잿빛 하늘에 흰 눈이 펄펄 내리는 휴 일날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 있을 것만 같네. 소리도 향기도 없이 내리 눈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눈 하지만 어머니의 삭아진 기억과 고향의 눈 내리는 추억의 기억을 이어주는 날이라네. 소한에서 대한으로 가는 길목 앙상한 겨울..
이슬과 눈물 김길순 새벽 풀잎 위에 이슬방울 송송 속눈썹 은구슬 눈물방울 대롱대롱 이슬과 눈물은 슬픔을 지닌 것 같으면서도 이슬은 찬란한 빛이 반짝이고 눈물이 글썽이는 것은 가슴에 간절함을 나타낸다. 속눈썹에 맺힌 눈물은 투명하고 순수하다 할지라도 아픔과 슬픔을 내포하고..
커피 맛에 대하여 김길순 오늘은 오이도 방파제에서 넘실거리는 겨울 바다를 보며 조개를 구워먹고 내려오다 간이 찻집에서 커피를 마셨네. 시커먼 커피 속을 들여다보며 그 속에는 외로움 쓸쓸함 허망함 사랑하는 마음 모두 담겨있었네. 마실수록 앙상한 정신이랄까 가뿐한 정신이랄까..
동리 할머니 김길순 이웃 할머니의 소일거리는 날마다 길가에 나와서 비둘기 모이주고 다음은 허리를 못 피니 유모차 몰고 동리 한 바퀴 도신다. 내가 운동 갈라치면 아줌마 어디가 예! 운동가요, 하며 나는 지나 간다. 오늘은 할머니가 치매기가 좀 있으신 것 같다. 늘 만나는 할머니 집 ..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올 한해도 회원님들 바라는 소원 성취하시고 날마다 행복 하시길 바랍니다. 사랑하는 그대에게 김길순 기나긴 겨울밤 불을 밝히고 그대 날개를 펴도록 소생하는 노래를 띄워 보내리다. 어둠의 고독 같은 거 걷어내고 뜨거운 사랑 노래로 가슴 가득 채워 드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