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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엔 김길순 몸살기가 있고 몸이 뻑지근한 날에는 입맛이 없다. 미역국도 시래기 국도 끓여먹었는데 오늘은 입맛이 다른 쪽으로 쏠린다. 누워서 뭘 먹을까 생각을 하니 카레라이스가 먹고 싶어진다. 갑자기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인도의 거리가 떠오르고 향신료 향이 짙은 인도카..
남편이 술 때문에 겪었던 일 김길순 12시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이다. 한번은 그이가 모임에서 술을 먹고 집 찾아오다 서초동 불 꺼진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불을 켜려고 손을 흔들어 보니 가시가 술김에도 몸을 아프게 찔러서 나왔다고 한다. 다시가다 전등불이 깜박이는 곳에 들어간 곳이..
종이학 접기 김길순 다정다감한 꿈을 접는다. 외롭지 않게 무리지어 날 수 있도록 천 마리의 학을 접는다. 날개 접힌 채 유리병 속에서 비상을 꿈꾸며 그 한 날을 기다린다. 꼬깃꼬깃 접혀서 겨우내 침묵하며 기다린다. 정 이월 다 가고 삼월이 오면 이제 그대에게 가기 위해 종이학은 꿈..
컵라면 김길순 곱슬곱슬 꼬불꼬불 가슴 펴지 못하는 삶이라도 뜨거운 열정으로 끓는 물을 부으면 바쁜 시간에 쫒긴 이의 마음을 후련하게 풀어 준다네. 꼬겨진 덩어리도 너울너울 펴질 때 양념 스프 넣어 간을 맞추면 진수성찬이 아니어도 속을 따끈하게 데워준다네. 넉넉잖은 주머..
나르샤의 동숙 노래로 눈가에 이슬이 촉촉하게 김길순 흰 천을 안대삼아 가리고 ‘내 꿈속으로 초대 하겠다고’ 하면서 가늘고 애절한 목소리로 동숙의 노래를 ‘불후의 명곡’ 시간에 부르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그 이를 사랑했기에 그리움이 변하여 사무친 미움‘ 한때 순진한 소녀..
산새처럼 날아갔네 김길순 산길을 걷다 산새 한 마리 재잘거리며 날아가는 것을 보고 오래전 일이 문득 생각 났었네. 세상에 태어 난지 일주일 된 딸 모습도 새끈새끈 예뻤네. 그날따라 여름날 천둥번개가 심하게 치고 찬 기운이 방안을 엄습하자 산모인 나는 바람을 마셔 급성 폐렴에 걸..
놀란 가슴에 김길순 나는 아파트에 살면서 주민이 지켜야 할 규칙을 자주 관리실에서 보내오는 방송을 듣게 된다. 아래 위층 소음에 방해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애완견의 피해가 없도록 해주기 바란다. 담배 금연 얘기는 꼭 한다. 그런데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계단 비상구에서 누군가..
거울을 보면 김길순 외로울 때 거울을 보면 외로운 여자의 얼굴이 보이네. 달래주고 싶어 거울을 닦아 주네. 이럴 때는 슬픈 단조 음악이 아니라 행복을 채워주는 사랑의 미소 같은 음악이 들려오면 좋겠네. 외로움과 우울함이 주저앉으면 거울에서 보여 지는 얼굴은 곧 바로 마음으로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