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보기

어물전을 거쳐 식탁에

해바라기 진 2013. 11. 28. 06:23

 

 

 

 

 

 

 

 

어물전을 거쳐 식탁에

 

                                                       김길순

 

 

얼마 전엔 도루묵 생선을 사서

통째로 몇 마리 찌개를 했더니 끓일 때 다 녹았는지

살코기는 허물허물 몇 마리인지 알 길이 없었다.

 

오늘은 살코기 생선은 택하지 않았다.

나는 한참을 서서 그림을 감상하듯

생선 가판대를 살폈다.

 

그 중 입을 꼭 다문 홍합을 택했다. 

돌아와 무넣고 시원한 국물이 나오도록 끓였다.

 

부글부글 끓일 때 흰 파도가 밀려오고

앙다문 입도 활짝 열어 빨간 고기 살은 보이는데

 

끝내 입을 열지 않은 홍합은 갯모래만 들어있는지

폐유 먹고 바다에서 먼저 가버렸는지

그 비밀을 애써 알려고 하지 않았다.

 

어쨋든 밀어낸 흰 파도에서 뽀얀 국물이

쌀쌀한 초겨울 저녁밥상에서 빙벽같은

나의 속을  타고 훈훈하게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