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건널목에서

해바라기 진 2014. 2. 5. 06:00

 

 

 

 

 

 

 

 

 

 

 

 

 

                            건널목에서

           김길순

 

 

 

신호등은 하라 와, 하지 말라 라는 두 가지

금기와 허용을 제시한다.

빨간 불을 보면 불안하고 파란불을 보면 편안해 진다.

 

어쩌다 신호등을 무시하고 건너는 사람은

건너온 후에도 마음이 두근거릴 것이고

파란 불만 고지식하게 기다리다 건너 온 사람의

마음은 평화로울 것이다.

 

그리하여 세상에서는 아름다운 것일수록

약삭빠르지 못하고 바보스럽고 촌스러울 수 있다.

 

빨간 불이 켜졌는 데도 한적한 차도에는 사람들이

간혹 신호등을 무시하고 건넌다.

요령껏 건너는 자의 것이 된다.

하지만 요령이 자칫 생명을 내어 줄 수도 있다.

 

파란불 빨간불 깜박깜박 바뀔즘이면

뛰어 건너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나는 언제나 한발 늦게

애오라지 건널목을 건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