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 전일환 수필가의 글을 읽고
박방영 화백 그림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 전일환 수필가의 글을 읽고
김길순
「일야구도하기」는 청나라 고종의 피서지인 열하(熱河)를 여행하는 도중, 칠흑 같이
무서운 밤에 요하를 아홉 차례나 건너면서 사람의 눈과 귀로 듣는 것들이 본 대로
듣는 대로가 모두 참이 아니라는 철학적인 깨달음에 이른 명수필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가 보고 느낀 것만이 바르고 옳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들었던
것만 참이라고 믿고 또 그렇게 살아간다.
그러나 박지원은 하룻밤에 요하를 아홉 번이나 건너면서 듣고 생각하는 것들만 참이
아니라, 허랑(虛郞)한 것이라는 깊은 깨달음에 이른다. 박지원은 산골 집 앞에 흐르는
금천(金川)냇물소리가 마음의 생각 따라 전혀 다른 소리로 들려온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요하를 아홉 번이나 건너면서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는 걸 <일야구도하기>에서 느낄 수 있었다.
세상사 풍향 따라 이리저리 시시각각 변하고 어려운데, 연암 같은 관점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는 게 얼마나 슬기로울까. 그렇게 보고 듣고 생각하며 살아가야만
조화옹(造化翁)이 우리에게 허여(許輿)한 삶을 평안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이 글은 전일환 수필가 ,교수님이 베이징 어언문화대학 한국어과 초빙교수로 재직할 때
중국의 역사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그 때
북경에서 약 100km 남쪽 난위엔에 있는 주구점동굴 박물관에서 북경원인(北京猿人)의
유골을 관람한 뒤, ‘쓰두’의 강을 건너 강변소풍을 한 적이 있을 때
그동안 「일야구도하기」의 ‘구도(九渡)’라는 오랜 해묵은 의문을 풀 수 있었다고 한다.
나도 이글을 통해서 「일야구도하기」란 말의 뜻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