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문학사계 겨울호 마경덕 시인의 詩<호두나무의 잠> 을 올린다
【책】문학사계 겨울호 마경덕 시인의 詩<호두나무의 잠> 을 올린다 / 김길순
기회특집 대담 - 「자유와 평등사상과 현실」- 임헌영 평론가와 황송문 편집인과의 대담의 글이 있고
詩時評 -「이념과 정치의 시류에 휘둘리는 이 속 좁은 문학아」이경철 문학평론가 의 글이 실려있다.
중국동포 시인 이상각 弔詩 황송문 임미옥 윤재학 弔辭 임원춘 김응준 정세봉
신작시편을 보면 최은하 엄한정 이영식 서정남 임미옥 마경덕 송태호 윤재학 김연하-생략
오늘은 마경덕 시인의 詩 한편을 올린다.
호두나무의 잠
마경덕
송충이를 닮았다 마당에 널브러진 호두나무가 던져버린 연두빛 수꽃들
부실한 것들은 바람에 밟히고, 눈에 밟히고 쓸 만한 것들만 나뭇가지를 붙잡고
축 늘어져있다 호두나무는 아랫도리를 내놓고 잠이 들었다
우리 할머니 잠든 어린 고추를 만지며 흐뭇해하셨는데 당당한 저것들, 그것을 꼭 닮아 눈으로 만져보는데
내리 딸만 넷
아들을 목 빠지게 기다리던 어르신들 내 동생은 그렇게 깊은 잠을 자다가
뒤늦게 귀한 씨를 달고 나왔는데, 잠을 설치고 나온 수컷들
늦잠 자는 암컷을 기다리다가 지쳐 잠들었다 암수가 한 몸인 호두나무
웅크린 새순 파랗게 펼쳐지면 그곳에 신방을 차리려나
봄밤의 허공을 베고 누운
베개도 이불도 없는 저 외로운 잠
살며시 어둠 한 자락 끌어당겨 덮어주었다 ※ 마경덕/馬敬德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신발論』『글러브 중독자』『사물의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