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시

봄눈을 맞으며

해바라기 진 2019. 2. 18. 00:30

 

봄눈을 맞으며

                                                             김길순

 

겨울나무에 봄눈이 내린다.

서울 용마산 아랫마을에 아파트 재건설이 들어서고

언덕배기 내려서면 기와집 몇 채가 남아 있다.

나는 이 비탈길을 걸으며 산행을 하고 살았다.

오늘은 눈다운 눈을 맞으며 산길을 걸어 내려온다.

금세 내리자 사라지는 눈이지만 겨울나무에

분을 주기에는 갈증을 해소할 수 있어 보인다.

이제 허술하게 남은 지붕, 누옥이지만

따듯한 사랑을 보낸다.

뒤돌아 보며 얇게 깔린 봄눈을 밟으며

묵묵히 산길을 걸어 내려간다.

 

 

 

  

                                                 화가 이이화 수채화 그림, 위 시와는 별개의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