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책】이상화 시인(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시를 올립니다

해바라기 진 2019. 3. 8. 00:30

 

 

        

 

 

 

 

    이상화 시인(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시를 올립니다

 

                                                                                                                                          김길순

 

월간문학 2019년 3월호 명작의 자리에 이상화 시인의『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시가 올려졌기에 올립니다.

이 땅이 낳은 민족시인 이상화(1901~1943)는 폭풍처럼 살다 짧은 생애를 마쳤다.

일제 항거로 수차례 감옥생활을 했으며 프랑스 유학을 꿈꿨으나 일본 관동 대지진 발발로 유학을 포기하게 된다.

그가 직접 본 일본인들의 조선인학살사건의 충격은 삶의 획기적인 변환점이 된다.

민족적 울분이 오히려 폭발적인 창작활동과 문단활동에 불꽃을 지폈기 때문이다.

그의 아호처럼 '항상 불같이'스스로 시작에 몰두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위암으로 43세의 나이에 계산동 고택에서 짧은 생애을 마치게 된다.1926년 <개벽>70호에 발표된

대표작『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였다. 3월을 맞이하여 민족 시인 이상화 시를 우리 모두 애송하고자 올린다.

                                                                                                                                (월간문학에서 발췌)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지금은 남의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끝었는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달이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 같이 구름 뒤에 반갑게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매던

그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샘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우습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옷을,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이상화 시인의 고택) 월간 문학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