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시
묵은 달력과 새 달력
해바라기 진
2020. 1. 3. 00:00
묵은 달력과 새 달력
김길순
묵은 달력 한 장을
마지막 잎새처럼 떼어내고
새 달력을 달다가 문득,
떠오르는 게 얼굴들이었다.
인생이라는 열차를
기다리고 쉬어가고 떠나는 대합실
그 과정에서 만난 인연들
달력에 그 얼굴들이 아른거린다.
누구의 생일, 누구의 기일---
동그라미로 표시해 둔
보기도 아까운 얼굴들이
마지막 잎새처럼 손을 흔든다. .
쉬임없이 가는 세월
붙들지도 못하고
하염없이 새 달력을 바라본다.
언젠가는
마지막 잎새처럼
아쉬움만 가랑잎처럼 날리리..
그래도 새 달력에는
또다시 신정과 구정, 추석과 생일에
혈육들 만나는 꿈에 부풀어 열차마다 비행기마다
짐가방 들고 밀고
하루를 천년 같이 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