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세숫대야 論」김호균 詩

해바라기 진 2020. 10. 6. 00:05

♣ 이시는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세숫대야에서 징을 떠올리고,

징에서 무언가 말하고 싶고 울고 싶고 충동을 내밀하게 절제하면서 섬세한 시어의

구사로 여운을 남길 줄 아는 그 조절 능력이 강점이라고 볼 수 있는 시를

같이 감상 하고자 올립니다.

 

「세숫대야 論」

                                                       김호균

 

세숫대야를 보면

징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수를 하고 비누거품으로 가득 찬 물을 버리면

무엇인가 말하고 싶다는 투로 그려진

세선의 물결 무늬

 

물 속에 내 육신이 흔들리고

어푸어푸 물먹은 네 육신이 흔들리다 멈추어 섰을 때

지나온 네 꿈보따리를 뒤적이다보면

나 또한 너처럼 사무친다

 

우리 모두 울고 싶은 거다 혹은

말하고 싶은 거다

우리가 가는 여행에 대해 아무도

증거하지 않았지만

대개는 자신의 억울함에 대해

눈시울 적시며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거다

 

징,하고 울린 적 없지만 너처럼

속으로 감춘 말줄임표가

한없이 가슴속에 그려져 있는거다

 

 

 

 

한귀원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