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저녁이 올 때

해바라기 진 2020. 10. 10. 00:05

※ 스산한 날씨의 가을 주말이네요. 시 한편 같이 감상 하고자 올렸습니다.

 

저녁이 올 때

                                           문태준

 

내가 들어서는 여기는

옛 석굴의 내부 같아요

 

나는 희미해져요

나는 사라져요

 

나는 풀벌레 무리 속에

나는 모래알, 잎새

나는 이제 구름, 애가. 빗방울

 

산 그림자가 물가의 물처럼 움직여요

 

나무의 한 가지 한 가지에 새들이 앉아 있어요

새들은 나뭇가지를 서로 바꿔가며 날아 앉아요

 

새들이 날아가도록 허공은 왼쪽을 크게 비워놓았어요

 

모두가

흐르는 물의 일부가 된 것처럼

서쪽 하늘로 가는 돛배처럼

 

-계간<시와시학>2019년 여름호

문태준

경북 김천 출생. 1994년<문예중앙>신인상으로시 등단.

시집<수런거리는 뒤란><맨발><가재미> <그늘의 발달> <먼 곳>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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