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팔랑, 흰 나비의 집

해바라기 진 2021. 1. 26. 00:05

 

팔랑, 흰 나비의 집

                                                                  정윤천

 

뜨락의 회화나무는 백 살이 코앞이다

우듬지 까칠한 노모와 여든 살 아들이

제각각의 세월로 흘러 다니다가

운 좋게 한 지붕 아래 어울렸다

 

바라보거나 지나치는 눈결들이 살갑다

이즈막 노모의 행실이 가을모기 마냥 성가셔 졌는데

"엄니요. 벵원이서 그러믄 안된당께라."

어미의 표정이 순식간에 뜨악해진다

 

"야가 미쳤다냐. 여기가 먼 벵원이라냐"

그 소리에 놀라 무안해진 병원이 은근슬쩍

풀이 죽기도 하였는데

더 이상 따질 일도 내칠 일도 사라진

팔랑, 흰 나비의 집

 

하필이면 병원처럼 생긴 하얀 복도 끝의 실랑이가

삼등기관사가 몰고 가는 기차 칸 마냥 잠시 덜컹거리다 그쳤다.

 

 

-카페 시인회의에서 발췌- (김길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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