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詩)접시꽃3-박성규

해바라기 진 2021. 4. 9. 00:05

 

 

 

접시꽃 3

                              박성규

 

우리 집 문지기 접시꽃이

소천했다

​팔뚝만 한 가지여서

무사히 생을 지킬 것 같더니만

태풍 들이닥친 날 밤

맥없이 쓰러졌다

 

​층층이 안테나를 달고

밤마다 별 이야기를 타전해 줘서

우주와 소통하며 지내왔는데

쓰러지고 보니 안쓰러웠다

 

​살려내긴 틀렸지만

쓰러진 환자를 그냥 둘 수 없어

평상에 가지런히 누이고 보니

골다공증 환자다

 

​제 소임 다한다고 얼마나 애썼을까

요절했다고 애달파 해야 하나

비 그치면 다비라도 해주어야겠다

 

*박성규 - 경북 경주 출생.

*2004년 <시인정신> 신인상 수상.

*시집: 『꽃아』, 『멍청한 뉴스』, 『오래된 곁눈질』, 『어떤 실험』,

『이제 반딧불을 밝혀야겠다』, 『텃밭을 건너온 말씀』,

『내일 아침 해가 뜨거나 말거나』 등.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여백 동인.

-작성 =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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