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모닥불/백석

해바라기 진 2021. 8. 5. 00:02

 

 

모닥불

                                                                                                                    - 백석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집검불도 가락닢도 머리카락도

헌겁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와장도 닭의 짗 도 개터럭 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門長) 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갖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쟁이도 큰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쌍한 이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역사가 있다.

 

 

◦ 새끼오리 : 새끼줄. 의 가닥

◦ 갓신창 : 부서진 갓에서 나온, 말총으로 된 질긴 끈의 한 종류.

◦ 개니빠디 : 개의 이빨.

◦ 너울쪽 : 널빤지쪽.

◦ 집검불 : 지푸라기.

◦ 짗 : 깃.

◦ 개털억 : 개의 털.

◦ 재당 : 재종(再從). 육촌.

◦ 초시 : 과거의 첫 시험. 또는 그 시험에 급제한 사람.

◦ 문장(門長) : 한 문중에서 항렬과 나이가 제일 위인 사람.

◦ 갖사둔 : 새사돈.

◦ 붓장사 : 붓을 파는 장사꾼.

◦ 몽둥발이 : 딸려 붙었던 것이 다 떨어지고 몸뚱이만 남은 물건.

 

*

이제 모닥불은 더 이상 자질구레한 것들이 타면서 이루는 단순한 불꽃이 아니다.

잡다한 것들이 불속에 던져저 하나의 거대한 모닥불을 이루어내는 것처럼, 타는

물건과 쬐는 사람이, 사람과 짐승이,사람과 사람이 하나되는 화합과 친밀의 공간이다.

                                             -작성 김길순-

 

 

금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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