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바위

해바라기 진 2021. 11. 16. 00:02

 

 

 

바위

​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린(愛隣)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 여기서의 '바위,는 어떤 의지나 이념을 표상하는 것으로 일체의 감정이나

   외부의 변화에도 움직이지 않는 초탈의 경지를 상징한다.

   어떤 감정도 개입할 수 없는 바위의 침묵, 그것은 말 이상의 말이요, 글 이상의 글이다.

   고도로 절제되고 응축된 시의 덩어리인 것이다. *원뢰-우렛소리

 

 

 

임영호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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