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 12월

해바라기 진 2021. 12. 11. 00:02

김혜수 그림

 

12월  /   오세영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쓰러 마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화안히 밝아오는 어둠 속으로

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

*

*

*

오세영(吳世榮, 1942년 5월 2일 ~ )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전라남도 영광군에서 출생하였다. 1965년《현대문학》에 〈새벽〉이, 1966년〈꽃 외〉가 추천되고, 1968년〈잠깨는 추상〉이 추천 완료되면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반란하는 빛》,《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무명 연시》,《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등이 있다. 한국시인협회상, 녹원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서울대 교수를 역임하였다.

 

 

 

이부재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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