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 가정

해바라기 진 2021. 12. 28. 00:42

 

 

 

가정(家庭) : 박목월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문 반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문 삼의 코가 납짝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壁)을 짜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문 반.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문 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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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는 소박한 민요풍의 초기 시와는 다른 현실성이 가미된 변모를 보이고 있다.

   제3집(청담)1964이나 제4집 (경상도의 가랑잎)(1968)이후부터는 생활 주변에서

   조국의 역사적, 사회적 현실로 확대되고 심화된 경지와 사물의 본질을 추구하려는

   사념적 관념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경주 출신 박목월(1916~1978), -작성 김길순-

 

 

 

 

백광숙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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