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 땅이
해바라기 진
2022. 1. 26. 00:03

땅이
양애경
사람 나이 80이 넘으면
땅이 몸을 마구 끌어당긴다
한쪽 다리를 들어
한 걸음 옮기려는 것뿐인데
산을 뿌리째 뽑아 옮기는 듯
그래서 키가 줄고
허리도 허물어진
그저 체중이 45킬로그램 나가는 엄마의 몸이
지나가다 내 팔에 툭,
걸리기라도 하면,
나까지 땅속까지 끌려 들어갈 것만 같다
깊이 묻혀 다시는 못 올라 올 것만 같다
비명을 지르며
나 혼자 멀리멀리 도망쳐버리고 싶어진다
노인과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은ⵈ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이라 해도ⵈ
땅이
마구마구 밑으로 잡아 당기면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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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읽었구나!』 2021.현대시학 기획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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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애경 시인
1956년 서울출생
19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등단
시집으로 『불이 있는 몇 개의 풍경』, 『사랑의 예감』, 『바닥이 나를 받아주네』,
『내가 암늑대라면』, 『맛을 보다』
저서에 『한국 퇴폐적 낭만주의 시 연구』 등
한성기문학상, 애지문학상, 충청남도문화상, 대전시문화상 등 수상
〈시힘〉동인, 〈화요문학〉 주간
전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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