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초록입홍합

해바라기 진 2022. 2. 11. 00:02

 

 

 

초록입홍합 

                                                     마경덕

 

 

홍합에게도 입술이 있구나

껍데기에 초록 테두리를 두른 곳까지 둥근 입이다

 

얼굴의 절반을 차지한 커다란 입술은

뉴질랜드 초록 바다를 보호색이라고 믿었을까

투명한 초록 물빛에 숨지 못해

그곳을 떠나왔을 것이다

 

붉은 입을 가졌다면

혹은, 검은 입을 가졌다면

누가 네 입을 맞추려 했을까

 

매끼 밥상에 오른 초록입으로

해안가 마오리족은 어느 부족보다 관절이 튼튼했는데

 

너는 살기 위해 플랑크톤을 잡아먹고

뼈가 무른 사람은 너를 잡아먹는다

 

어느 시인은

목이 길어 슬픈 짐승을 사슴이라고 했는데

나는 네 입이 초록이어서 다행이라고 쓴다

 

초록검색창에

초록입이 뜬다

 

네 입술과 내 입을 맞추면

너는 내 관절과 입을 맞추리라

 

차마, 예의가 아니지만

부실한 두 무릎을 초록입술에게 내민다

 

         ***

 

마경덕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신발론』 『글러브 중독자』 『사물의 입』 『그녀의 외로움은 B형』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제2회 북한강문학상 대상 수상. 두레문학상 수상. 제2회 선경상상인 문학상.  제18회 모던포엠문학상 수상.  

(마경덕 카페에서 발췌) 작성 -김길순-

 

 

 

뉴질랜드 바다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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