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 큰 놈
해바라기 진
2022. 3. 4. 03:30
큰 놈
서수찬
내 어릴 때는
몸은 좁쌀만 하게 작았지만
큰 고기만 잡던 아버지 그물에
매번 걸렸다
아버지는 큰 놈들만 궤짝에 담으면서도
자식도 늘 큰 놈이라
속에 두고 자랑스러워했다
아버지가 노상 말씀하시길
물고기만 팔뚝만 한 것을 잡으면 뭐 한다냐
몸만 어른이 되면 뭐한다냐
식구들 입만 생각하면
잔챙이 한 마리 놓치지 않으려고
그물코가 점점 촘촘해지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놓친 셈이
더욱 아까워지니
어부 일을 그만 둘 때가 되었나보다
너는 커서
부디 세상만큼 뚫린 그물에도 걸리는
큰 놈이 되거라
그물은 어느 경우라도 오므리지 마라
그건 내가 앞으로 살아갈 문이다
서수찬 시인
1963년 광주 광산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89년 《노동해방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시금치 학교』가 있다.
현재 인천에서 시내버스 기사로 살고 있다 -작성자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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