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청바지와 베레모

해바라기 진 2022. 3. 5. 00:02

 

청바지와 베레모

                                            김길순

 

 

그 교수님은 정년 퇴임 후

문학 강의를 하러 오실 때면 으레

베레모를 쓰고 청바지를 입으셨다.

낭만과 청춘의 상징이었던 청바지와

베레모가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어울리지 않는 데서 멋이 있어보이기도 하였다.

허구한 날 정장 차림보다는 넥타이 없는

평상복이 거리를 좁혀 주기도 하였다.

강의를 듣는 동안 수강생들은 모자를 썼을 때와

모자를 벗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을 것이다.

세월이 흐른 후 우연히 교수님의 수필집을

읽노라니 청바지에 베레모 쓰신 모습,

낭만주의자의 미소가 새록새록 살아나는 까닭이 

어디에 있을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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