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개미
개미
강연호
절구통만한 먹이를 문 개미 한 마리
발 밑으로 위태롭게 지나간다 저 미물
하지만 일용할 양식 외에는 눈길 주지 않는
저 삶의 절실한 몰두
절구통이 내 눈에는 좁쌀 한 톨이듯
한 뼘의 거리가 그에게는 이미 천산북로이므로
그는 지금 없는 길을 새로 내는 게 아니다
누가 과연 미물인가 물음도 없이
그저 타박타박 화엄 세상을 건너갈 뿐이다
몸 자체가 경전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저렇게
노상 엎드려 기어다니겠는가
직립한다고 으스대는 인간만 빼고
곤충들 짐승들 물고기들
모두 오체투지의 생애를 살다 가는 것이다
그 경배를 짓밟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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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호 시인 약력>>
*1962년 대전 출생
*고려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
*1991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비단길>(1994)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1995) 등
*1995년 제1회 현대시동인상 수상.
※ 개미를 한 낱개미로 보는 것은 일상인들의 시각이다. 시인은 개미의 삶 속에서 엄청난 의미를 보고 있다. '삶의 절실한 몰두'. 오체투지의 생애를 살' 아 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 아니 '몸 자체가 경전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있다. 시인이 아니면 어찌 '개미의대발견'을 할 수 있었겠는가. 개미의 삶속에 서려있는 신의 의지가 깨어나고 있다.
특집<미당문학 14>정기수련회 글에서 문효치 시인의 글 평을 올린 글.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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