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백석의 (석양)

해바라기 진 2022. 11. 5. 00:02

 

석양 (백석, 1912~1995)

 

거리는 장날이다
장날 거리에 영감들이 지나간다
영감들은
말상을 하였다 범상을 하였다 족제비상을 하였다
개발코를 하였다 안장코를 하였다 질병코를 하였다
그 코에 모두 학실을 썼다
돌체 돋보기다 대모체 돋보기다 로이도 돋보기다
영감들은 유리창 같은 눈을 번득거리며
투박한 북관(北關)말을 떠들어 대며
쇠리쇠리한 저녁해 속에
사나운 짐승같이들 사라졌다.

 

 

백석의 시는 이야기의 수용과 그것에 걸맞는 문체를 가지고 있다.

그가 자신의 시에서 익숙하게 사용하는 '시골사람이 쓰는 말 그대로"의 어법은

결코 단순한시도가 아니다. 그 어법은 모국어의 지역성과 향토성을 가장 짙게 풍기는 것이었고,

이러한 어법을 강조하는것이야 말로 식민체제의 폭력적 구조에길항해갈 수 있는 독자적 방언이다.

이러한 백석의 시를 일찍부터 정확히 읽어낸 사람은 시인이자 평론가였던 박용철이었다.

그는 백석의 시를 "전반적으로 침식받고 있는 조선어에 대한 혼혈작용 앞에서 민족의 순수를

지키려는 의식적 반발의 표시"로 보았다. - 작성 김길순-

 

 

 

태안 안면도, 홍덕기 사진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