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 한송이

해바라기 진 2022. 12. 11. 00:01

 

 한송이 

                                            김지윤

 

한송이씩 피는 꽃이 있다

 

한 송이씩 작은 꽃이 새로 피어

백 일 동안 시들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백일홍

사실은 매일 한 송이씩 지고 있다

 

사라져야 한다면 그렇게 사라지자

희미하게와서 자취없이 돌아가더라도

작은 꽃 지고, 다시 작은 꽃 피고

 

꽃이 지든 꽃이 피든

계절은 지나가는 거지만

 

사라지지않는 새벽이 있다는 듯

지워지지 않는 황혼이 있다는 듯

 

한 송이씩 피어날 수 있다

백 일 동안 볼 수 있도록

그 정도는 작은 꽃이 할 수 있는 일

 

봄이 생겨나게 하는 것과

무너뜨리는 것들

여름이 찬란히 비추는 것들과

태워버리는 것들을

 

모두 이해해야

백일 후에

추운 시절을을 수 있다

 

오늘도 다시 

한 송이

 

 

-문학사상 2022년 10월호 (600호) 기념특집 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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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2006년 <문학사상>에서 <수인반점의 왕선생> 외 4편의 시로 등단했다.

2016년 <서울 신문>:을 통해 평론가로도 등단했다.

현재 상명대학교 한국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백일홍(배롱나무) 다음 이미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