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내복 수필을 읽고
빨간 내복 구명숙 시인 수필을 읽고
10여 년 전에는 동리 아이들을 부모님이 일터에 나가면 도맡아 보살펴
주신 할머니 그때는 그 아이들과 인연을 맺어 찾아 가곤 했었다.
그 몇 년 후 부모들은 더 나은 일터를 찾아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갔지만 할머니와의 관계는 여전히 돈독했다.
할머니가 독거노인이 되셨다는 말을 듣고 그때 찾아간 일행 세 명이 할머니
댁을 다시 찾았다. 한 사람씩 할머니 손을 잡고 인사말을 나눈 뒤 선물을
드리고 떡으로 만든 케이크에 89세 인생길에 촛불을 밝히고 생신 축하 노래
를 힘차게 불러 드렸다.
준비해간 선물 중 빨간 내복을 자꾸 쓰다듬으시면서 보드랍고 따뜻해서
좋다고 죽을 때까지 잘 입겠다고 하셨다.
이 마을에 이제 예닐곱 노인들 몇 분만 살고 있다고 하시며 학교도 폐교가
되고 사람이 귀하다고 하시면서 아이들 낳기에 힘써 달라고 거듭
당부하셨다고 한다.
내복 선물을 받았을 때 마음 찡한 감동을 느꼈던 추억이 떠올랐다. 나이 드신
노인분은 추위를 많이 타시는고로 내복선물이 우선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돌아오기 전에 시장에서 마음에 드는 털스웨터를 고르고 나서 붕어빵 한 봉지,
군밤도 한 봉지, 김이 펄펄 나는 손 만두와 커다란 옥수수 빵도 한 판 푸짐하게
사 들고 들어가니 박수를 치면서 반겨하셨다고 한다.
할머니는 스웨터를 걸쳐 입으시며 "색깔이 딱 내 거다. 우째 알았노?" 하신 말씀,
나이가 들 수록 고운 색을 선호 한다는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작성 김길순-
※ 구명숙(시인. 숙명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