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詩) 기억이 날 못 본체 하면

해바라기 진 2023. 6. 22. 18:16

 

 

기억이 날 못 본체 하면

                                       신달자

늙는 것은 굳어 버린다는 뜻인가요?
어제가 굳고 기억이 굳어 가고
10분 전 통화한 사람의 이름이 굳어가고···

젤리 하나를 입에 넣는다
말랑말랑하다는 말을 씹으며
달콤함의 맛을 삘이들이며
어제를 풀고 기억을 풀고 10분 전 통화한 사람의 이름을 풀고···

"그것은 아닙니다"

의사도 그 이름을 말하기 어색한지 "그것"이라고 하며
우리는 어색하게 웃는다

웃은 것을 기억 못해서 다시 웃는다
아침이 오고 저녁이 오는 이 찬란함 속에서
굳은 것이 풀리는지 풀린 것이 굳어 가는지
나를 기억 속에 확 풀어 놓는데
기억은 삶의 부분들로 퍼즐처럼 이어져있는데

몰라... 아무것도 모르겠어

시간은 나와 머문 적이 없네 스쳐지나가는 내 마음 속 구름이여
조금씩 굳어 가는 내 구름을 아스라이 껴안는다
기억이 날 못 본 척 하더라도 나는 그 기억을 따라가며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 부비며 굳어가는 그리움을 껴안는다

내 기억의 사랑이여!

첫날밤처럼 좋은 것이었나 나쁜것이었나
아련한 모습을 한 베개에 함께 묻었던
그 모호함을 한 이불로 덮어버렸던······

기억의 싹이 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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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학 2023년 3-4월호

 

*신달자

경남 거창 출생. 1969년《현대문학》등단.

시집『겨울축제』『살 흐르다』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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