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 정주성(定州城)
해바라기 진
2023. 9. 6. 00:01
정주성(定州城)
백석(白石)
산山턱 원두막은 비었나 봄빛이 외롭다
헝겁심지에 아주까리 기름의 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잠자리 조을던 무너진 성터
반딧불이 난다 파란 혼(魂) 같다
어데서 말 있는 듯이 커다란 산새 한 마리 어두운 골짜기로 난다
헐리다 남은 성문이
한올 빛같이 환하다 날이 밝으면 메기수염의 늙은이가 청배를 팔려 올 것이다
*****
*아주까리 : 버들옷과의 한해살이 풀
*하올 : 하늘
*청배 : '청술래의 다른 말.푸른 빛이 도는 배의 한가지.
※
이 글은 퇴락한 전주성을 표현하고 있다. 원두막 불빛이 외롭고,"헝겊 심지에 아주까리 기름의 쏘는 소리"는 호롱의 기름 졸아드는 소리를 말하는데 그런 소리가 들릴 리 만무하므로 고요의 극치를 말한다.
고풍스런 정주성의 고요함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폐허가 된 정주성을 관조하면서 연연이 이어온 사람들은 역사의 허망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삶을 이어간다는 끈질긴 삶을 암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