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 냄비

해바라기 진 2023. 12. 14. 00:01

 

 

 


냄비


                              임성규

 


그을음이라 써놓고
그리움으로 읽는다

오래된 바닥에 눌러붙은 불의 기억

닦는다, 속살 보일 때
붉어지는 네 낯빛

들썩이는 뚜껑을 슬며시 들추면

일어서는 거품 속에서
소리가 흘러내려

불현 듯 나도 모르게
닦아낸 말의 무늬

기울어진 길 위로 타닥타닥 피는 어둠

까맣게 타버린 냄비 속 감자 같은

더 이상 씻을 수 없는
하루를 벗겨낸다

 


<제19회 오늘의시조문학상 수상작품>
-《가히》 2023년 봄호

-작성 김길순-

 

 

 

타닥타닥 불꽃과 온기 (구글 이미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