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 쓰라린 후회
해바라기 진
2024. 2. 23. 00:01
쓰라린 후회
마경덕
아버지는 밤늦게 어두운 골목을 밀고 오셨다
술이 깰 때까지 주절주절 알 수 없는 말을 흘리셨다
지루한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술주정에 몸서리치는 어머니처럼
나도 귀를 닫아버리고
밤마실 나온 달도 돌아앉았다
밤새 토해놓은 말을 베고 그 자리에 쓰러져 잠이 든 아버지
살았지만 너무 멀리 있었다
영영 깨어나지 못한 아버지
그때부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새벽의 발등이 젖도록 쏟아낸 속엣말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깨달았다
우리 식구 그 누구도 아버지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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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쓰라린 후회 / 마경덕 (JBC 전남방송)|작성자김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