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 먼저 눕고 먼저 우는 부드러움

해바라기 진 2024. 2. 24. 00:01

 

 먼저 눕고 먼저 우는 부드러움 
                                     
                                                      심상옥

서울 성공회 성당 화단에
탐스럽게 핀 과꽃
보라색, 분홍색, 빨간색, 흰색의 과꽃이
화려하지도 않으면서도 정감이 가는 꽃으로
흩트리게 피어 있다
나는 지금껏 '너뿐이야' 하고 믿어지는 한 사람을 가지는 것이
그토록 아름답게 보였던 것을 모르고
'먼저 눕고 먼저 우는 부드러움' 더 소중하다는 것을 모르고
오히려 바람에 먼저 울고
바람보다 빨리 눕고
현실적 유연함이야 말로 훗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먼저 웃을 수 있는 것을 모르고 살아왔다

왜 그랬을까
이제야 아는 걸
마음이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먼저 웃을 수 있는 꽃임을 깨달았으리라
긍정은 나에게 상상 이상의 엄청난 에너지 된다는 길
슬픔에 비길 만한 진실은 없다는 걸
추억이 주는 행복
우리와 이웃으로 퍼져나간다는 걸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 월간문학 2024년 2월호 신작 시

심상옥 시인수필가
출생1945년 6월 14일, 경북 청송군소속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 가족아버지 심상택 학력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 졸업 경력2021.~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 수상2016. 제53회 한국문학상
-작성 김길순-

 

과꽃 이미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