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저녁 잎사귀

해바라기 진 2024. 12. 10. 00:01

 

 

 

저녁 잎사귀 

 

                              한강

푸르스름한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밤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찾아온 것은 아침이었다

한 백 년쯤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내 몸이
커다란 항아리같이 깊어졌는데

혀와 입술을 기억해내고
나는 후회했다
알 것 같다

일어서면 다시 백 년쯤
볕 속을 걸어야 한다
거기 저녁 잎사귀
다른 빛으로 몸 뒤집는다 캄캄히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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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 시인, 소설가.)
광주 출생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를 통해 詩,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등단.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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