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설야雪夜- 김광균
해바라기 진
2025. 2. 13. 00:01
설야雪夜- 김광균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밑에 호롱불 야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홀로 밤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벋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追憶)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
흰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
이 시에서는 한밤에 소리없이 내리는 눈이 내려서 쌓이는 정경과 고요한 밤에 여인이 옷을 벗는
정경이 마치 한몸처럼 겹치는 연상 작용을 이끌어 낸다. 그리고 나머지 감상은 독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