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에 물들다 외 1편
※ 계간문예여름호 신인시 당선작
역설에 물들다 외 1편 / 이규성
강변을 걷는다
저 아래 보에 갇힌 강물은
은빛으로 고요하고
주변의 나무들은 푸르다
모든 게 안정돼 보이지만
내 마음은 자꾸 흔들린다
저 강의 보를 헐어 버리면
강은 바닥을 드러내고
나무는 목말라하며 꽃은 시들겠지
내 생각의 벽이 무너지면 인생도
말라버린 강처럼 황량해질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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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의 죽음
어느 개인 날이었어
늘 걷던 강변에 버드나무 한 그루가 있었지. 그 나무는 주변 버드나무들보다 잘 생겼지. 좌우가 대칭이고 줄기들이 곧고 키도 큰 편이었어. 강둑의 경사면에 제대로 자리를 잡고 나날이 몰라볼 만큼 크게 잘 자라고 있었지. 그 나무 아래 지날 때면 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우아하게 춤추는 모습과 잎들이 살랑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자주 보며 늘 교감했지. 그 나무가 거기 서 있어서 큰 위로를 받았지. 사실 그때 나는 석양빛 우울증을 앓고 있었는데 푸르게 자라는 그 나무를 보고 나도 활력을 되찾았지. 버드나무가 실하게 무럭무럭 자라는 걸 보며 차차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자위했지.
어느 날 그 나무가 사라진 거야
그날도 그 자리쯤에서 보면 정다운 모습이 보이겠거니 하며 다가갔는데 그 나무가 사라져 버린 거야. 잘 생겼던 버드나무가 한 아름 장작으로 변해 그 자리에 쌓여있었어. 생명이 가득 찬 그 나무를 누군가가 베어버린 거지. 그 후 내 우울증은 재발하고 말았지.
-작성 김길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