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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랍

해바라기 진 2011. 9. 29. 17:30

 

 

 

 

 

 

 

 

 

 

 

 

 

 

     

 

 

 

 

 

나의 서랍

                                                                       김길순

 

 

어느 영화배우는 암이라는 선고를 받고

옷 정리와 서랍 정리를 깨끗이 하고 산다는 말을 들었다.

 

몇년 전 나는 좀 많이 아파서

큰 병원에 입원을 해 있다 나왔다.

병원에서 건강이 좋지 않다는 얘길듣고

퇴원 후 옷 정리를 해서 분리수거 날 많이도 내 놓았다.

 

얼마 안 되는 보석들을

두 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서랍을 깨끗이 비운 후 세월이 또 흘렀다.

 

요즘은 뒤죽박죽이 된 나의 서랍은 질서가 없다.

제산목록인 등기등본이 어느 서랍에 있더라? 

절박한 생명의 줄이 느슨해진 탓일까.

 

엄마 잘 지내요? 하고

자주 오던 딸의 전화도 뜸해졌다.

 

남편이 아내 때문에 멀리

해외 출장도 삼가했는데

이젠 열흘이고 보름이고 혼자 남겨놓고 다녀온다.

 

그 만큼 나의 건강이 좋아진 것인가

깨끗히 정리하지 않아도 내일이 있다고 생각을 하니

자꾸만 미루게 되는 이 느슨한 시공을 행복으로 여기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