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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들이여, 굴비 한 두름씩을
해바라기 진
2012. 2. 21. 17:00
남편들이여, 굴비 한 두름씩을!
김길순
요즘 감기 몸살로 운동도 가지 않고 누워있었다.
현관 문 소리가 들린 후 나 왔어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당신 감기 들어 입맛 잃었을 것 같아 굴비 한 두름 사왔어.”
하는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냉동실에 굴비가 있는데 모르고 사왔군요.” 하고 말했다.
이어서 “국산 굴비를 사야하는데…” 하니까 나도 볼 줄 알아 한다.
그이는 “굴비 머리에 다이아몬드 비늘이 있으면 국산이야” 라고 했다.
어디서 듣긴 들은 모양이었다.
오래전 결혼 초기에 그이는 퇴근하고 올 때면 종종 닭튀김을 사왔다.
그 때 내 나이 이십대 중반이라 밤중에 닭튀김을 먹기란 식상했다.
맛있다 하면 또 사올 것 같아 다시는 사오지 마세요. 라고 했다.
그 후로는 사오는 것을 자제하는 편이었다.
오늘 굴비라고 하니 오탁번 시인의 그 굴비라는 시어가 생각나
웃음이 나왔다.
굴비에 무를 넣고 졸였다. 맛있는 냄새가 집안에 가득 채워졌다.
아, 속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맛이 없으면 냄새부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맛있게 굴비조림으로 밥 한 그릇씩 뚝 딱 했다.
오랜만에 굴비 덕에 남편의 따스한 정을 느꼈다.
다른 남편들도 아내가 아플 때는 굴비 한 두름씩 사들고
들어가면 오래 도록 사랑받을
것으로 여겨져서 특별히 권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