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광 소나타가 흐르는 그집 앞
월광 소나타가 흐르는 그집 앞
김길순
k교수는 지난날 대만으로 동양미술사를 공부하러 갔었다.
이미 한국에는 처자식이 있지만 외로움을 타지에서 겪고 있었다.
긴 봄날 길을 가는데 담장 안에서 베토벤의 월광소나타곡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그 후 부터는 그 피아노곡을 듣기위해서 그 길을 서성일 때가 잦았다고 한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봄날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서성이며
귀를 기우리고 있는데 우산을 든 예쁜 아가씨가 대문을 열고 나왔다고 한다.
친절한 아가씨는 K교수께 다가와 우산을 같이 받고 가자고 상냥한 말씨로
옆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대만 말이 능숙하지 못한걸 보고 외국 사람이란 걸 알고 더 친절 하게
버스 타는 곳 까지 바라다 주었다고 한다.
사실은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듣고 싶어서 그 집 앞을 자주 서성이게 된다고
자초지정을 얘기 했다고 한다.
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아가씨는 교양과 학식이 갖춰진 젊은 교수와 그 날의 인연으로
자주 만나게 되어 자취방에도 자주 놀러 왔다고 한다.
물론 기혼자란걸 얘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거기서 학위를 딸 때 까지 몇 년간 사랑을 나누다 혼자 돌아온 것이다.
나중에 기혼자란걸 알려줘서 그 아가씨는 다른 길로 갔다고 한다.
고국에서 아이들 사남매와 부인을 두고 어쩐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임을
늦게야 깊이 뉘우쳤다고 했다. 이러한 일들을 부인이 나중에야 알고
심적 고통으로 한동안 아팠다고 한다.
나는 K교수의 딸을 피아노 레슨을 얼마간 해줬기 때문에 이일을 더 알 수가 있었다.
그가 쓴 수필집 뜸부기 소리란 책을 보면 내용이 비슷하게 나온다.
어느 날 K교수로부터 나에게 전화 한통이 왔다.
송이 선생님 저는 오래 못 살고 죽을 것 같다는 말이었다.
오랜 세월 술을 많이 먹었다면서
그 후유증으로 간암을 선고 받아 시한부 삶을 산다고 했다.
그 후 육 개월 후에 타계했다. 당시 모 대학교 박물관 관장으로 계셨다.
봄 날 월광 소나타곡을 들으면 지난날 기구한 운명으로
살다간 K교수님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