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눈물시(박재삼)

해바라기 진 2023. 5. 7. 01:38
더덕꽃
 

 

눈물 시

추억에서·30
                                    박재삼
 
국민학교를 나온 형이
花月여관 심부름꾼으로 있을 때
그 층층계 밑에 옹송그리고 얼마를 떨고 있으면
손님들이 먹다가 남은 음식을 싸서
나를 향해 남몰래 던져 주었다.
집에 가면 엄마와 아빠
그리고 두 누이동생이
浮黃에 떠서 그래도 웃으면서
반가이 맞이했다.


나는 맛있는 것을
많이 많이 먹었다며
빤한 거짓말을 꾸미고
문득 뒷간에라도 가는 척
뜰에 나서면
바다 위에는 달이 떴는데
내 눈물과 함께
안개가 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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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서·3

                                    박재삼

해방된 다음해
魯山 언덕에 가서
눈아래 貿易회사 자리
홀로 三千浦中學校 입학식을 보았다.
기부금 三천원이 없어서
그 학교에 못 간 나는
여기에 쫓겨오듯 와서
빛나는 모표와 모자와 새 교복을
눈물 속에서 보았다.



그러나 저 먼 바다
섬가에 부딪히는 물보라를
또는 하늘하늘 뜬 작은 배가
햇빛 속에서 길을 내며 가는 것을
눈여겨 뚫어지게 보았다.


학교에 가는 대신
이 눈물 범벅을 씻고
세상을 멋지게 훌륭하게
헤쳐 가리라 다짐했다.


그것이 오늘토록 밀려서
내 주위에 너무 많은 것에 지쳐
이제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그것만 어렴풋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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