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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꽃을 보면

해바라기 진 2012. 6. 22. 06:05

 

 

 

 

 

 

 

 

 

 

 

 

 

접시꽃을 보면

                   김길순

 

 

접시꽃을 보면 여인을 보는 것 같다.

접시 같이 둥근 얼굴로

늘 순하게 웃는 얼굴이다.

여인 중에 어머니 얼굴에 비유하면 되리라.

 

다산의 어머니와 같이 꽃망울들 많이도 업고 안고

자꾸만 잉태를 한다.

 

피고 지고 쉴 사이 없이 젊은 어머니의 청춘같이 바쁘다.

 

소낙비 오는 날 접시꽃을 보라,

꽃망울 안고 허리가 부러지랴 애써 꼿꼿히 서려고  

버텨가는 모습을 보면 안스럽기도 하다.

 

바람에 보데껴 가면서도 인내력으로 견디며

일어나는 모습을 볼 때에는 모성 본능 같은걸 느껴진다.

 

그 어디에든 처소를 탓하지 않고 잘도 적응한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짜증을 내지 않는

그런 순한 얼굴이다.

 

오늘 창밖에서 웃으며 마음을 저미게 하는 접시꽃

마음으론 고운 너를 바라보며

눈으론 여름 햇살 뜨거운 한낮을 바라본다.

 

멀어져간 어머니 얼굴과 꽃이 겹쳐지는 여름 한낮

어쩐지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 고운 접시꽃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