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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랑 초 서
詩 김남조
1
사랑하지 않으면
착한 여자가 못 된다
소망하는 여자도 못 된다
사랑하면
우물곁에 목말라 죽는
그녀 된다
2
하늘땅 끝머리
저승만이나 먼먼 집에
아침엔
햇빛 나르고
저녁엔
바람 나르고
3
너무 굶기면 사랑도 죽네
더운 물을 삼켜도 가슴 추운
병이 깊어
내 사랑, 사랑이여
눈 감았음을
4
먼 길 긴 시름으로
새 풀 초당에 임 돌아오시면
온천지 불혀이네
어질머리의 눈물 나는
교회당이네
5
소리 없이 뿜기는 샘물
소리 없이 엉기는 이슬
이쯤의 것이네
젖어서 전기가 와도
침묵 안의 것이네
6
나를 먹이는 사람
원자로 먹이는 사람
불씨 한 점으로
해돋이 저녁노을
다 불 붙이네
7
탄생에 축복을
만남과 헤어짐에 축복을
죽음에 더 축복을
사랑에겐 사랑을
보태어주소서 주여.
8
말은 잔모래
물결에 쓸리는 돌의 포말
말로선 못 가는 수평선에
이름으로 못 부를
사람 하나 있다.
9
오늘은 사랑이 내 인격이다
아니, 모든 날에
사랑이 내 인격였다.
10
사랑은 관습의 세력
되풀이하는 해후
세 번 세상의 同一靈肉
11
마음에 대답하는 마음
영혼에 산울림 하는 영혼
이를 생각만 해도 나는 운다
굶주렸고 바보인
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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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시집<사랑 초서>는 수식어가 극도로 절제된<사랑 초서8>이다. 현란하고 수다스러운
말 잔치가 아니라, 선불교에서 말하는 '기어(綺語)의 죄'에서 사뭇 자유로운 원초적 시어들의 한 떨기다.
2024년 월간문학 10월호 (이 시대의 산실 / 김봉군 문학평론가)
-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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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전에 단체모임 나들이 나갔다 오후에 돌아와서 오신분께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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